봉화군 평생학습, 강좌를 넘어 (봉화군 제공)
인구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

산지가 대부분이고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멀며 고령인구의 비중도 높은 곳, 봉화에서 평생학습은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에 그치치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집 가까운 곳에서 처음 한글을 깨우치는 기쁨이고 누군가에게는 자격증을 취득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기회다.

또 누군가에게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고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봉화군의 평생학습은 이제 ‘몇 개의 강좌를 운영했는가’라는 수치적 성과에서 ‘배움이 사람과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2023년 교육부로부터 대한민국 신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기까지 봉화군은 평생학습 기반을 본격적으로 확충해 왔다.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했으며 봉화군의회가 평생학습도시 조성 지원 결의문을 채택하고 군민 릴레이 서명을 이어가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평생학습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 결과 봉화의 평생학습은 양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62개였던 프로그램은 2023년 91개, 2024년 75개를 거쳐 2025년에는 122개로 크게 확대됐다.

학습자 역시 2022년 1018명에서 2025년 360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봉화군은 지금 ‘봉화형 평생학습’ 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자연과 사람, 생활권과 공동체를 배움의 자원으로 바꾸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봉화에서 배우는 법은 달라야 한다 - 자연, 생활권, 일자리까지 연결하는 ‘봉화형 평생학습’봉화군의 평생학습 정책은 다섯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봉화형 평생학습, 누구나 평생학습, 따뜻한 평생학습, 성장하는 평생학습, 탄탄한 평생학습.

이 다섯 가지 전략의 중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봉화에 사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배움은 무엇인가?”봉화형 평생학습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9월 5일부터 6일까지 1박 2일 봉화의 청정 자연속에서 열린 ‘평생학습 힐링 캠핑’은 봉화의 자연을 그대로 학습의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캠핑장에 모인 67명의 참가자들은 평생학습 체험과 작가와의 북토크, 지역예술가들의 작은 콘서트, 아침 명상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들으며 아침의 고요한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1박 2일.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평생학습을 ‘교육’ 이라는 틀에서 꺼내 봉화의 자연과 삶 속에 다시 놓았다는 점이다.

봉화의 산과 숲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교실이 된다.

한편 주민의 직업역량을 높이고 자립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실용적인 배움도 이어지고 있다.

봉화의 주요 산업인 농업과 임업 분야의 현장 활용도가 높은 교육을 확대해, 지역 주민들이 실제 생활과 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전문성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장비 운전기능사인 굴착기·지게차 자격 취득과정, 직업상담사 자격취득과정,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취득과정 등은 단순한 취미교육을 넘어 실제 취업과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교육이다.

특히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과 비용 부담을 낮춰 군민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있다.

배운 기술을 자격증으로 연결하고 다시 취·창업과 경제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개인의 역량 강화가 곧 지역의 경제적 활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봉화군이 추구하는 직업역량 강화 평생학습은 ‘무엇을 배웠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의 산업과 삶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그것이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지역 안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봉화형 평생학습이 그려가는 미래다.

평생학습관까지 오기 어렵다?

평생학습이 먼저 찾아간다 - 봉화의 지리적 한계를 ‘찾아가는 학습’ 으로 바꾸다 봉화의 평생학습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거리’다.

넓은 면적에 마을이 흩어져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봉화에서 평생학습관까지 이동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동이 어려운 고령 학습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봉화군은 학습자를 강의실로 부르는 대신 강좌가 학습자를 찾아가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에는 찾아가는 배달강좌 24개 강좌가 운영되고 있으며 9개 읍·면 평생학습센터에서도 29개 강좌가 열려 모두 합쳐 800여명의 군민이 생활권 가까이에서 평생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학습의 기회를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봉화에서 평생학습은 그래서 복지이면서 동시에 지역정책이다.

배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배움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봉화가 생각하는 ‘누구나 평생학습’ 이다.

한 번의 특강이 일상의 질문을 바꾼다 풍수에서 마술, 자연까지 군민의 시선을 넓히는 봉화아카데미

평생학습이 반드시 자격증이나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익숙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배움은 시작된다.

봉화군은 각계의 명사를 초청해 군민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제공하는 ‘봉화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풍수전문가 박성준의 ‘행운을 부르는 풍수 인테리어’, 마술사 최현우의 ‘편견을 깨는 마술 같은 3가지 이야기’, 방송인 이승윤의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한 삶’ 이라는 주제로 군민들을 만났다.

주제는 서로 달랐지만 지향점은 같았다.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평생학습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하나 더 갖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법을 넘어,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운다 - 성인문해교육이 만든 또 하나의 변화 봉화의 성인문해교육은 한글을 가르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농촌지역에는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해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있다.

이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병원 안내문을 읽고 약 봉투를 확인하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등 스스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능력이다.

이에 봉화군은 노인복지관에 위탁해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비롯해 생활문해교육과 디지털 문해교육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한글을 배우며 자신의 이름을 쓰고 안내문을 읽고 가족에게 문자를 보내는 작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쌓이면서.

배움은 단순한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상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는 키오스크 활용교육을 강화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해강사가 직접 이동식 키오스크를 가지고 경로당을 방문,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화면을 직접 누르고 메뉴를 선택해보는 실전 위주의 반복 연습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 관공서 병원 등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일상화되는 만큼 키오스크 교육은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글자를 가르치는 문해 교육이 아닌 글자를 읽고 생활을 읽고 변화하는 세상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것이 봉화군이 생각하는 따뜻한 평생학습이다.

학습공동체 문화의 장 열어 ‘성과공유회’ 가 학습자를 지역의 주인공으로 바꾸다 봉화군은 2025년 처음으로 자체 평생학습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봉화 구시장 골목에서 열린 2025년 제1회 성과공유회에는 배달강좌와 읍·면 평생학습센터, 평생학습관 수강생과 학습동아리 등 20개 팀이 참여해 작품전시와 동아리 공연을 펼쳤다.

2026년 제2회 성과공유회에는 평생학습관 앞 광장에서 11개의 수강생 작품전시관과 평생학습 체험프그램 15개의 학습동아리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주목할 것은 행사의 중심에 ‘학습자’ 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준비한 행사를 주민이 구경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였다.

평균연령 75세의 어르신들의 웰빙댄스에서부터 악기, 시낭송까지.

배움의 결과물이 지역사회와 만나는 순간, 평생학습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공동체의 문화가 된다.

작은 도시이기에 가능한 평생학습이 있다 봉화의 한계가 오히려 평생학습의 이유가 되다 봉화는 크지 않다.

인구는 3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산지가 대부분이며 마을 사이의 거리는 멀다.

고령인구도 많다.

그러나 봉화군은이 조건을 평생학습의 약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작기 때문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산이 많기 때문에 자연에서 배울 수 있으며 고령사회이기 때문에 더 오래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학습은 거대한 도시에서만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도시에서는 한 사람의 변화가 이웃에게 보이고 한 동아리의 활동이 마을의 문화가 되며 한 사람의 배움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봉화군이 평생학습을 통해 만들고 싶은 도시도 바로 그런 모습이다.

강좌의 숫자에서 사람의 변화로 봉화의 평생학습은 이제 다음 단계로 향한다 2023년 대한민국 평생학습도시 지정은 봉화 평생학습의 출발점이었다.

지정 이후 확보한 90백만원의 국비를 기반으로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하고 강좌를 다양화하면서 학습 참여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이제 봉화군의 목표는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학습자가 정책의 대상에서 주체로 성장하는 것.

한 사람의 배움이 또 다른 사람의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

지역의 자연과 사람, 기관과 공동체가 모두 배움의 자원이 되는 것.

그것이 봉화군이 그리는 다음 단계의 평생학습도시다.

그래서 봉화의 평생학습은 강의실을 넘어선다.

평생학습관에서 시작해 마을로 가고 캠핑장으로 가고 복지관으로 가고 시장 골목으로 간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에게 닿는다.

작은 도시의 평생학습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글을 배우고 누군가는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고 또 누군가는 마음 맞는 이웃과 동아리를 만든다.

이렇게 쌓은 배움은 다시 이웃과 사회를 나뉘며 도시 전체의 풍경과 활력을 바꾸어 가고 있다.

봉화군이 꿈꾸는 평생학습 도시는 단순히 ‘많이 배우는 도시’에 그치지 않고 ‘배움’을 통해 군민이 서로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도시다.

최기영 봉화군수는 “배움은 개인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군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행복한 지역을 만들어가는 힘”이라며 “앞으로도 ‘배움으로 행복한 군민, 함께 성장하는 봉화“를 실현하기 위해 군민 누구나 일상속에서 배우고 성장 할수 있는 평생학습 기반을 꾸준히 넓혀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