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도청
민선9기 경기도가 구체화해야 할‘경기도형 기본사회’를 재난·안전에서부터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전에 관한 규범은 이미 방대하지만, 그 규범이 도민의 실질적 안전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병목이 있다는 진단이다.

경기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경기도형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재난·안전관리체계 개선 방안’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사회 담론은 재난기본소득을 배경으로 등장했으나 재난·안전은 독립 영역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평시에는 보이지 않다가 무너진 뒤에야 부재가 드러나는 기반의 속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생명·신체의 안전이 모든 권리 행사의 전제라는 점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를‘기본이 되기 위한 기본’ 이자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원형으로 재정의했다.

연구진은 네 영역별 제도적 장애물을 짚었다. 재난기록물은 사건 단위로 생산·보존돼 알 권리의 토대가 돼야 하나, 요청 기반 폐기 금지 제도와 사업 단위 편철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거 화재안전은 위험이 집중된 공간 단위로 보호해야 하나, 강화된 화재안전 기준이 기존 주택에는 미치지 않는 건축·소방 법제와 소방·주택·에너지 사업의 분절이 걸림돌이다. 중대시민재해는 시설별 의무를 행위 단위로 식별·갱신해 선제 이행해야 하나,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하위 규정까지 자주 개정되는 구조가 장애물이다. 생존자 권리는 정보 안내와 침해 예방이 상시화돼야 하나, 13개 재난대응 협업기능에 권리 보호 기능이 없어 인권적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이에 연구진은 알렉시의 적극적 권리 세 요소를 이질적인 재난안전 영역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틀로 삼았다. 공공에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이를 처리할 조직과 절차가 있는지, 요구한 유무형의 급부가 실제로 제공되는지를 묻는 방식이다. 이는 각각 과소보호금지 상회, 책무성의 구조화, 보편 보장의 원칙과 이어진다. 11건의 정책건의 중 주요 내용은 △재난 인지 시점에 대책본부장이 도·산하기관 기록의 폐기·삭제를 일시 정지하는 처분동결제 적용 △대책본부 해산 뒤에도 유가족·실종자 가족의 설명·재수색 요청에 답하는 수습 후속 창구 유지 △조례로‘주거 시설에서의 화재안전권’ 제도화 △노후주택 개·보수·주택용 소방시설·가스타이머콕 보급의 지구 단위 통합 시범 시행 등이다.

또 △안전보건 의무를 시설별 행위 단위로 연결한 시설-의무 자체 DB 구축 △재난대응 협업기능에 피해자 권리 보호·침해 예방 기능 추가 △도·31개 시군 센터와 지역자율방재단을 잇는 통합지원체계 지역화와 장기 사례관리 △경기도 재난회복지원센터 단계적 설치 △생명안전기본법 시행에 맞춘 자치법규 정비를 담았다. 네 영역은 기록·데이터·설명·점검 결과가 서로의 전제가 되는 하나의 운영체제로 설계됐다.

이영웅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조례로 도민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중앙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되 그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도가 먼저 시행하는 것이 점진적 실현의 경로”며“다만 점진은 유보가 아니며 재정의 제약이 보호의 최소선마저 거둬들이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안전은 모든 도민에게 보장돼야 할 기본이며 그 보장은 선언이 아니라 기억하고 이행하는 일로 완성된다”며“제언마다 이행 장치를 함께 설계한 것도 이를 제도의 기록으로 확인하기 위해서”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