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공동시행 계약 45건을 분석하고 조합 2곳을 실태점검한 결과, 선정 절차의 투명성 부족, 과도한 수수료 선지급과 책임을 묻기 어려운 계약 구조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는 국토교통부에 법 개정을 두 차례 건의한 데 이어 12월 시 자체 선정기준과 표준동의서·표준협약서를 마련하고 서울시·자치구·외부전문가 합동 기획점검을 통해 위법·부당 행위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공동시행은 자금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건설업자가 초기부터 지원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일부 건설업자가 정비업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시공과 자금조달 책임은 지지 않고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문제가 나타났다.
서울시는 공동시행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에게 불리한 계약 구조를 바로잡고 공동시행자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26.10월 기준 소규모정비 공동시행에 참여 중인 3개 건설업자의 45개 구역 계약서를 ‘정비사업 표준공동시행 협약서’ 와 비교·분석한 결과, 불명확한 업무범위 및 불투명한 선정절차, 과도한 수수료와 선지급, 사업 수행역량 검증 부재 등 세 가지 문제가 확인됐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경쟁입찰의 우회: 공동시행 건설업자는 조합설립 동의 관련 업무, 사업성 검토, 시행계획서 작성,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 등 정비업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다.
반면, 이 제도의 취지인 자금조달 업무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곳이 대다수였고 시공자는 조합이 별도로 선정해야 했다.
정비업체는 입찰공고와 복수업체 경쟁, 총회 의결을 거쳐 선정하지만, 공동시행 건설업자는 조합원 과반수 동의만으로 선정할 수 있어 경쟁과 검증을 우회할 우려가 있다. ֛
과도한 수수료와 선지급: 45건 모두 총매출액의 2.0~2.8%를 수수료로 정했지만, 총매출액 산정 기준이나 예상 총액을 제시한 계약은 없었다.
업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분양수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같은 업무를 정비업체에 맡길 때 드는 용역비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 특히 45건 중 35건은 사업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 공동시행자임에도 조합이 분양수입이 발생하기 전인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수수료의 60~70%, 착공 시까지 무려 최대 80%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정비사업 표준협약서에 있는 이행보증, 사업비 공동계좌, 금품·이권 개입 금지, 자금대여 관련 규정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역량 검증과 책임 장치 부재: 공동시행자의 사업 수행 역량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가 없어 소수 업체가 여러 사업장을 동시에 맡기도 했다.
인력과 자금이 분산되면 개별 조합에 대한 사업관리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반면 계약상 업무와 책임은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실태점검 조합 2곳 부적정 49건…수사의뢰·시정명령·행정지도 처분
계약서에서 드러난 문제는 현장 점검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시는 6월 건설업자가 조합설립 단계부터 개입해 사업 전반을 좌우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민원이 제기된 건설업자가 공동시행 중인 2개 조합을 대상으로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시·자치구·외부전문가 합동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총 49건 부적정 사항이 확인돼 수사의뢰 9건, 시정명령 21건, 행정지도 19건을 처분했다.
주요 적발 사항은 △공동시행자 선정 시 입찰공고와 총회 평가배점표 불일치 △동의서에 건설업자의 자격·역할·수수료 미기재 △총회 의결 없는 용역계약 체결 및 초과 지급 △착공 시까지 수수료 80% 선지급 △속기록 미보관 및 자료 미공개 등이다.
공동시행자는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보완하려고 참여했지만, 조합의 전문성을 채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계약상 총회·예산·사업비 관리까지 맡은 곳도 있었으나 관리가 부실해도 책임을 물을 장치가 없었다.
사업 전반에 관여하면서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서울시는 선정 단계의 검증부터 계약상 책임과 사업 운영의 투명성까지 제도 전반을 보완하고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국토부에 시공자 책임 명문화 법개정 건의… 12월 서울시 표준기준 마련
서울시는 8월과 10월 두 차례 국토교통부에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을 건의했다.
공동시행자의 선정·협약 기준을 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건설업자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하면 시공자로서 책임도 지도록 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이다.
시공자 명문화는 혜택이 아니라 책임을 지우는 조치다.
재개발·재건축과 동일한 원칙으로 시공 능력과 자금력 없는 업체가 공동시행자 자격만으로 들어와 수수료만 받는 것을 막고 조합이 시공자를 따로 선정하는 이중 부담을 없앤다.
건설업자 규제 강화 시 등록사업자 자격으로 공동시행에 참여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서울시는 공동시행시 등록사업자도 건설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건의했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먼저 시행한다. 12월 중 공동시행 표준기준을 만들어 배포하고 자치구와 조합이 우선 적용하도록 한다.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방법 및 절차, 입찰제안서 등을 담은 ‘선정기준’ △건설업자 정보, 예상 수수료 총액을 사전에 알리는 ‘표준동의서’ △ 선정된 건설업자의 업무범위와 책임, 수수료 산정기준 등을 담은 ‘표준협약서’를 마련한다.
조합원의 사업방식 선택을 돕기 위한 정보 제공도 병행한다.
시는 지난 10월 6차례 개최한 권역별‘우리조합 첫걸음 주민설명회’에서 그간의 조합실태점검 등 주요 지적사항을 설명하고 조합단독, SH 공동시행 등 다양한 사업방식을 안내했다.
현장 관리와 감독 역시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시·자치구·외부전문가가 합동으로 공동시행자 선정 절차와 계약 내용, 자금관리 전반을 기획점검한다.
위법·부당 행위가 드러나면 시정명령·수사의뢰 등으로 엄정하게 조치하고 점검 결과는 해당 조합에 통보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한다.
서울시는 공동시행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조합원이 계약 조건과 비용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화해 사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공동시행은 조합이 전문성을 보완받으려고 택하는 제도인데, 조합원이 큰 수수료 부담을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울시 표준협약서 적용, 건설업자별 추가 점검을 이어가겠다. 문제가 확인된 구역은 철저히 관리해 조합원 권익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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